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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더 많은 페이스메이커 맘을 기다리며

작성자 : 관리자작성일 : 2013-11-27 15:48722
더 많은 페이스메이커 맘을 기다리며
- 여성이 만드는 광주 문화도시를 보고싶다

                                                                                    김성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감동 준 만삭 소프라노의 공연
11월 6일 저녁 광주시 북구 매곡동 퀸스컨벤션에서 열린 문화신포니에타 주최 ‘가을연가’를 보러갔다. 여기에서 아주 특별한 모습을 보게 됐다. 배가 산처럼 부른 만삭의 소프라노 김진희씨가 다른 성악가들과 하등 다름없이 가곡을 부르고 있었다. 사회를 맡은 정병열 단장은 그녀가 만삭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좋아 무대에 섰다고 했다. 그 공연을 보던 송광운 북구청장, 정순임 북구의원을 비롯한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녀는 11월 13일 마침내 예쁜 딸아이를 출산했다. 43세의 나이에 첫 아이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출산 이틀전에도 나주 세지중학교에서 있은 한국교원노동조합 전남본부 주최 푸른교육음악회 무대에6 섰다고 한다. 성악이라는 것이 복식호흡을 활용하는 데다 그녀가 40을 넘었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출산을 앞두면 여러 가지 일에 신경써야 했을텐데도 그녀는 이런 어려움을 거뜬히 이겨냈다. 시민을 위해 만삭을 마다 않고, 음악이 즐거워 출산 이틀 전까지 무대에 선 당돌한 김진희 성악가에게 모든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주었으면 한다.
다음은 지나친 자식사랑 사례 하나. 얼마전 수능시험이 끝났을 때에 자식의 ‘페이스메이커 맘’(Pace maker mom)이 된 어머니들의 모습이 신문에 실렸다. 페이스메이커라는 것은 마라톤에서 선수가 일정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달려주는 보조 선수를 말한다. 보조선수의 목적은 희생인 셈이다. 수능시험이 끝나면서 많은 어머니들이 자식의 대학교 선택을 위해 바로 페이스메이커로 함께 달리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가 대학입시 제도가 너무 복잡하고 대학마다 전형방법이 다르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그래 모든 대입설명회에 참석하고 인터넷을 뒤져 자식에게 맞는 정보를 골라내는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자식에게 희생적 헌신을 하는 것이지만 자칫하다가는 ‘왕자병’‘공주병’ 환자들을 양산하고, 결혼한 자식마저 못미더워 ‘헬리콥터 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광주정신’은 3鄕 + 대동세상 경험

첫 번째 김진희씨의 사례는 광주에 그만큼 열정을 가진 예술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고, 두 번째 페이스메이커 어머니 이야기는 광주 미래에 희망을 걸 가능성을 이야기해 준다. 광주는 국내 어느 도시와 달리 시민들이 민주·인권·평화를 공유한 ‘광주정신’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서울이나 부산, 대구에 ‘서울정신’‘부산정신’‘대구정신’ 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적이 있는가. 광주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것이다. ‘광주정신’은 수백년 전 임진왜란부터 조선말 국가가 국란(國亂)에 처했을 때 의병(義兵)으로서 분연히 일어서는 애국정신, 식민지시대때 차별대우와 선거부정 같은 불의(不義)에 참지 못하고 일었던 학생독립운동과 4·19의 의거 같은 정의(正義)의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어 우리 지역을 의향(義鄕)이라 불리어왔다. 여기에다 2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환경과 풍부한 물산을 바탕으로 맛 발달하였고(미향 味鄕), 이를 바탕으로 대중문화(판소리)는 물론 시와 문인화라는 선비문화가 동시에 발달하여 예향(藝鄕)을 자부해왔다. 그리고 33년 전 비극적인 5․18을 맞아 ‘대동세상’을 경험하면서 자리매김한 시민정신이 바로 ‘광주정신’인 것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짧은 시간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국가라는 점이다. 그 민주화의 시발점이 바로 광주이며 민주화 에너지는 ‘광주정신’에서 나왔었다.
‘문화도시 도약’의 꿈 이루어질까 
그런데 그 ‘광주정신’이 이제 한 단계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문화도시 광주’가 바로 그것이다. 민주화를 딛고 ‘문화도시’로의 비상(飛上)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예향’ 광주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국제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문화’라는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어깨를 함께하고, 결국에 가서는 아시아와 소통하면서 ‘광주정신’을 공유하자는 데에 목적이 있다. 광주에서 아시아지역 예술인들이 예술을 통한 창조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문화상품이 만들어지고, 주변의 소재산업도 발달하면서 자연히 문화산업이 정착하게 되어 지역사회에 경제적 기여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화도시가 말만 가지고 거저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 김연아가 있어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었듯 ‘국토균형발전’과 ‘예향’이라는 지역성 때문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까지에는 또 다른 요구가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광주의 정체성(광주정신)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높은 향유권을 추구하여야 하고, 예술인들 역시 광주에서 자신의 창작 욕구를 실현해보고자 하는 열망이 높고, 또 이같은 주체와 객체의 열기가 삶 속에 녹아 있어야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 나서야 광주에 ‘예술의 향기’ 넘쳐
광주는 정부의 투자로 아시아문화전당 같은 하드웨어는 잘 구축되어가고 있다. 이제 필요하는 것은 광주시내에 예술의 향기가 퍼져 나가도록 하는 일이 남았다. 예술품이 완성되고 가치를 발하기까지에는 창작자뿐만 아니라 예술품에 가치를 불어넣어주는 기획자, 그리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는 관객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 김진희씨 같은 성악가만 있고, 이를 잘 꾸미는 기획자와 관객이 없다면 그녀의 열정은 곧 식어버릴 것이다. 훌륭한 기획자가 없으면 예술가는 동네 공연장이나 전시장만을 맴돌뿐 세계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며, 수준높은 예술을 감상할 능력을 가진 관객이 없으면 예술인이나 기획자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3박자가 만자야 하는 것이다.
광주에는 예술인은 많지만 기획자와 관객이 아직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성의 힘이 필요하다. 예술자체가 섬세하고 감성적이어서 여성에게 적합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참여에는 소홀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광주를 살리고 광주정신을 넓혀나가는 한 책임있는 동반자로서 안방에서 나와 공연장으로, 전시실로, 창작 작업실을 적극 찾는 주체적인 문화수용자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이런 스킨십이 활성화될 때 광주에 예술의 향기가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광주문화재단도 시민과 함께 예술에 대한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 ‘예술인 간담회’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 등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 자식들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야 할 ‘미래 광주’만큼은 20세기의 낙후를 넘겨주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의 향기가 퍼져 나가도록 현재의 바닥을 잘 다져 놓아야 한다. 그 일을 김진희씨 같은 열정으로, 페이스메이커 맘 같은 적극성으로 여성들이 나서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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